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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부활전이 중요한 이유 | 기사입력 2009-08-19 13:13
[내일신문]
패자부활전이 중요한 이유
박병현 (부산대 교수·사회복지학)
일본인 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는 왜 로마가 기원전 2세기에서 3세기에 걸쳐 지중해 지역의 패권자가 될 수 있었는지 우리들에게 알려준다.
당시 로마에서는 능력이 있는데도 불운하게 패장이 된 사람에게 설욕의 기회를 주는 제도가 있었다. 당시 로마의 이웃 나라인 카르타고나 그리스에서는 전쟁에서 패했을 때에는 이유를 불문하고 패장을 처형했다. 이들 국가에서는 전쟁에서 한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다. 그러나 로마에서는 비록 전쟁에서 패했지만 그 패장이 능력이 있다고 인정되면 군사를 이끌고 다시 전쟁터에 나갈 수 있었다.
푸블리우스 코르넬리우스 스키피오는 기원전 218년에서 기원전 202년까지 16년 동안이나 지속된 제2차 포에니 전쟁에서 한니발을 무찌르고 로마를 구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 스키피오는 한 때 한니발과의 전쟁에서 패한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로마 시민은 그의 능력을 인정해서 그에게 다시 군사를 주어 전쟁을 치르게 했다.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준 것이다.
그리고 후일 그의 아들 스키피오는 제2차 포에니 전쟁에 나오는 그 유명한 자마 전투에서 한니발을 무찌르고 쓰러져가던 로마를 구했다. 만일 그의 아버지 스키피오가 전쟁에서 한번 졌다고 처형당했다면 그의 아들이 로마를 구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패자부활전이 로마를 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마는 패장에게 설욕 기회
우리나라는 패자부활전이 없는 나라이다. 운이 없어서 실패하고 나면 다시 재기하는 것이 매우 힘든 나라이다. 그 이유는 일등만이 존중받는 일등지상주의가 만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이나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는 마치 영웅인양 치켜세우고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딴 선수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귀국하는 모습을 우리는 자주 본다.
국회의원을 뽑는 소선거구제도도 따지고 보면 일등지상주의를 반영한 제도이다. 능력이 있고 아무리 똑똑해도 2등이 되면 국회의원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일등을 하기 위해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한다.
최근 필자는 빈곤의 대물림에 관한 연구를 하던 중 매우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그것은 빈곤한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들의 10~15% 정도는 성인이 되어서도 빈곤한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자녀들의 상당수가 성인이 되어서도 가난한가? 그 이유가 그 가구에서는 빈곤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일까? 그 가구 사람들이 게을러서 그럴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열심히 일을 해서 빈곤에서 탈피하려고 노력한다.
부모세대의 빈곤이 자녀세대로 대물림되는 현상은 그 빈곤 가구가 빈곤에서 탈피할 수 있는 기회를 적게 가졌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여분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즉 그들에게 빈곤에서 탈피할 수 있는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여분으로 주어야 한다. 그 여분의 기회는 정부지원이 될 수도 있고 이웃과 지역사회의 격려가 될 수도 있다.
‘최다 득표자만 당선’은 곤란
최근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혁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현재의 한 선거구에서 최다득표자만 당선되는 제도를 바꾸는 내용도 들어있는 것 같다. 필자는 이러한 논의는 일등지상주의와 지역주의를 개선할 수 있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2등에게도 찬사를 보내는 문화, 예선 탈락을 하고 비록 꼴찌를 하더라도 최선을 다했다면 다음에 승리할 수 있는 패자부활전을 가질 기회를 주는 나라가 살맛 나는 나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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